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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 (사천왕, 항마경, 결말)

작은취향 2026. 10. 3. 10:13

목차


    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들이 10년 넘게 조직적으로 살해되어 왔다는 것, 이게 영화 '사바하'의 핵심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이비 종교 조사물인 줄 알고 봤는데, 보다 보니 불교 경전과 기독교 예언이 한 이야기 안에서 맞물리는 구조라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사천왕, 알고 보니 살인 조직이었다

    사슴동산이라는 신흥 종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제가 이게 왜 의심스러운 건지 바로 감이 안 왔습니다. 돈도 안 걷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신도들도 교사·간호사·공무원 같은 전문직들이라니까요. 오히려 일반 종교보다 깔끔해 보이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법당에 걸린 그림에서 이상한 점이 드러납니다. 불교 사찰이면 부처나 보살을 모셔야 하는데, 사슴동산은 '장군'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천왕이란 동·서·남·북 네 방위를 수호하는 불교의 수호신을 가리키는데, 원래는 인도의 악귀들이 부처에게 귀의하여 악을 막는 신이 된 존재입니다. 태백의 지국천왕, 정선의 다문천왕, 제천의 광목천왕, 단양의 증장천왕. 사슴동산 지부가 하나씩 이 사천왕의 이름에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림 뒤에 두광(頭光)이 그려진 곳도 있었는데, 두광이란 가톨릭 성화에서 순교한 성인의 머리 뒤에 그려 넣는 둥근 빛을 의미합니다. 이미 목숨을 잃은 사람이라는 표시였죠. 정선과 단양의 사천왕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살아있는 광목천왕은 정난 단 한 명이었습니다. 이 그림 하나로 앞에서 보여준 장면들이 한꺼번에 연결되는 순간, 저는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사천왕 각자가 실행한 범행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전상범(증장천왕): 산후조리원 화재 일으킴
    • 채택은(다문천왕): 캐나다까지 쫓아가 살인, 현재 구금 중
    • 김철진(지국천왕): 굴다리 공사 중 시신 유기, 건물 투신 사망
    • 정난(광목천왕): 유일하게 남은 생존자

    피해자는 모두 1999년 영월 출생 여자아이들이었습니다. 경전 뒤쪽에 빼곡히 적힌 81줄의 숫자가 주민등록번호 목록이었다는 게 밝혀질 때, 이게 단순한 종교 영화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요약: 사슴동산의 사천왕 네 명은 경전에 적힌 명단을 따라 10년 넘게 1999년 영월 출생 여자아이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해왔다.

     

    항마경이 뭔지 알면 영화가 다르게 보인다

    박목사가 사슴동산 경전에서 발견한 '항마경'은 이 영화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항마경이란 악귀와 신들의 전쟁을 예언 형식으로 기록한 글인데, 문제는 이게 온통 은유로 가득 차 있다는 겁니다. 등불, 짐승, 뱀, 빛나는 강, 별의 강 같은 표현이 나오는데 처음엔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더라고요.

    해안 스님이 풀어낸 내용을 따라가면 이렇습니다. 등불은 미륵(彌勒)을 뜻하고, 미륵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미래의 부처 혹은 기독교의 구세주와 같은 개념입니다. 짐승은 사천왕, 뱀은 등불을 위협하는 숙적이고요. 경전은 사천왕이 뱀을 처치해야만 등불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전의 저자가 김풍사, 즉 동방교 교주 김재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가 뒤틀립니다. 티베트 고승 내충 템파는 김재석을 미륵부처라고 증언했고, 그의 손가락이 열두 개였다고도 했습니다. 경전이 완성된 2000년 이전부터 네 아이의 이름이 그 안에 적혀 있었다는 사실은 솔직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1899년생이면 현재 기준 116세를 훌쩍 넘긴 인물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박목사는 여기서 마태복음의 헤롯왕 이야기를 연결합니다. 동방박사의 예언을 들은 헤롯이 베들레헴의 두 살 이하 남자아이를 전부 죽인 사건처럼(출처: 대한성서공회), 예언을 들은 당사자가 두려움에 아이들을 죽이기 시작했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자신의 100년 후인 1999년, 영월에서 자신을 해칠 뱀이 태어난다고 믿은 김재석이 그 아이들을 제거하도록 사천왕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요약: 항마경의 등불은 미륵, 뱀은 김재석의 숙적을 가리키는데, 결국 김재석은 예언이 두려워 1999년생 영월 여자아이들을 뱀으로 지목하고 살해를 지시했다.

     

    결말에서 뒤집히는 것들, 진짜 뱀은 누구였나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게 된 장면은 정난이 이그마의 집에서 비인간적 존재를 만나는 부분입니다. 처음에는 그 존재가 괴물처럼 보였는데, 막상 대화를 들어보면 정난의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자신이 '울고 있는 자'이며 정난을 기다려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아비라 부른 자의 표식을 확인하고 그 자가 뱀이니 그를 죽이라"고 지시하죠.

    이그마의 쌍둥이 언니 '고것'은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숨어 지낸 존재입니다. 10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한 이 아이가 경전 속 어떤 위치에 있는지, 영화는 끝까지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기서 등불과 뱀의 위치가 뒤바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난은 결국 차 안에서 진짜 김재석인 동수와 마주 앉습니다. 동수는 "난 불이다. 너희는 나를 지키는 별들이다"라고 선언하지만, 정난은 그를 '그저 살고 싶은 도적'이라 부르며 거부합니다. 도로 위에서 기름에 불을 붙여 동수를 불길에 가두고, 정난은 피를 흘리며 쓰러집니다. 같은 시각 이그마 집의 고것도 바닥에 쓰러지죠. 두 죽음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이 섬뜩했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 자료에 따르면 사바하는 2019년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약 19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상업적 성과만큼이나 이 결말의 해석이 지금도 논란이 되는 이유는, 영화가 끝까지 어느 쪽이 진짜 선이고 악인지 단정 짓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아쉬웠던 건 결말의 속도였습니다. 김재석이 누군지 밝혀지는 데 영화의 대부분을 썼는데, 정체가 드러난 뒤 대결과 마무리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렸어요. 박목사의 마지막 기도 장면은 인상적이었지만, 정난이 남긴 마지막 말이 "춥다"였다는 것도 생각하면 할수록 쓸쓸합니다.

    요약: 경전이 괴물로 지목한 쪽이 사실 피해자였고, 신으로 추앙받던 쪽이 진짜 뱀이었다는 반전이 결말의 핵심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바하는 공포영화인가요, 미스터리영화인가요?

    A.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방식의 공포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보면서 무서웠던 건 분위기와 점점 드러나는 진실이었지, 시각적 충격이 아니었어요. 종교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공포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설명이 많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Q. 사천왕이 네 명인 이유가 따로 있나요?

    A. 불교에서 사천왕은 동서남북을 관장하는 네 수호신입니다. 김재석은 이 개념을 차용해 네 지역(태백·정선·제천·단양)에 사슴동산 지부를 두고, 각 지부의 책임자를 사천왕으로 삼았습니다. 소년 교도소에서 데려온 네 명의 부친 살해 소년수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거죠.

     

    Q. 이그마의 쌍둥이 언니 고것은 결국 무엇을 상징하나요?

    A. 영화가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아서 해석이 갈립니다. 출생신고조차 없이 숨어 지낸 존재, 그리고 동수가 불길에 쓰러지는 순간 고것도 함께 쓰러진다는 점에서 경전 속 뱀 혹은 등불 중 하나일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처음에 괴물처럼 보였던 존재가 사실 피해자였다는 반전 구조로 읽는 시각이 많습니다.

     

    Q. 불교와 기독교를 섞어서 혼란스럽지 않나요?

    A. 저도 처음에 같은 걱정을 했는데, 두 종교를 깊이 알아야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사천왕이 수호신이라는 것, 미륵이 미래의 구원자라는 것, 헤롯의 영아 학살 이야기 정도만 알면 큰 흐름은 따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름과 지역이 한꺼번에 나오는 중반부에서 한 번 놓치면 다시 정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사바하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건 박목사의 마지막 기도였습니다. "어디 계시나이까, 우리를 잊으셨나이까"라는 물음은 공포나 반전이 아니라, 신의 침묵 앞에 선 인간의 질문입니다. 이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귀신 때문이 아니라 그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결말이 조금 더 여유 있게 마무리됐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그래도 처음에 괴물로 보이던 쪽과 신으로 추앙받던 쪽이 뒤집히는 구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줄거리를 미리 파악하고 보면 중반부 이름·지역 정보가 훨씬 수월하게 정리될 테니, 한 번쯤 개요를 읽고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참고: https://youtu.be/hMyOVGYvlTU?si=3pMaVWx95KGstKW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