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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수록 강해진다는 설정, 들으면 꽤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부활남: 더 레드》는 2024년 9월 30일 개봉한 한국 히어로 액션 영화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합니다. 직접 보고 나니 설정만큼은 분명히 매력 있는데, 그걸 다 살렸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였습니다.

구교환이라는 선택, 예상보다 훨씬 잘 맞았습니다
히어로물 주인공이라고 하면 흔히 단단하고 과묵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부활남: 더 레드》의 주인공 석환은 정반대입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백수 취준생이 시작점이니까요. 솔직히 처음에는 이 조합이 어색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제가 직접 봤더니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이 캐릭터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소화해냈습니다.
캐릭터 페르소나(persona), 즉 배우가 극 중 역할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융합되느냐는 히어로 장르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기서 페르소나란 배우가 캐릭터의 말투, 표정, 행동 방식을 자기 것으로 완전히 흡수해 관객이 배우를 잊고 인물만 보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구교환은 허세 섞인 대사나 황당한 상황에서도 과장 없이 웃음을 만들어냈고, 제 경험상 이런 코미디와 액션의 균형을 동시에 잡는 배우가 흔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강기영과의 케미스트리(chemistry), 즉 두 배우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호흡과 유머 감각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이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끼어드는 대사들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시켜줬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감독의 캐스팅 판단이 꽤 정확했다고 봅니다.
서사가 너무 많았고, 그래서 아무것도 깊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101분짜리 히어로 기원 영화라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단순 구조가 오히려 강점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부활남: 더 레드》는 그 공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납치, 악의 기업의 아동 실험체 프로젝트, 레드·블랙·블루 세 능력자의 기원, 주인공의 정체성까지 한 러닝타임 안에 전부 넣으려 했습니다.
내러티브 압축(narrative compress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긴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우겨 넣는 방식인데, 이때 감정선보다 사건 나열이 우선시되면 관객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설명을 듣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보다 보니 정확히 그 느낌이 왔습니다. 기업이 어린아이들을 실험체로 사용했다는 설정은 충분히 무겁고 서늘한 이야기인데, 화면에서는 그냥 짧은 회상으로 처리되고 넘어갔습니다.
빌런인 블랙(신승호 분)의 서사가 특히 아쉬웠습니다. 같은 실험에서 살아남았지만 탈출하지 못하고 기업 아래서 성장한 인물이라면, 그 감정의 무게가 주인공과의 대립을 훨씬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요.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블랙이 "왜 저렇게 하는지"보다 "어떻게 싸우는지"만 보이더라는 겁니다. 강한 악당인 건 알겠는데 매력적인 빌런은 아니었습니다.
- 레드(석환): 3일 후 부활, 죽을수록 신체 능력 강화
- 블랙: 72시간 이내 타인의 신체 조종 가능
- 블루(김유정 특별출연): 신체 강화 능력, 비중 매우 적음
세 능력자의 설정 자체는 독창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갈래의 이야기를 101분 안에 모두 소화하려다 보니, 결국 어느 하나도 충분히 깊어지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이번 편은 석환이 아버지를 구하는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고, 기업 음모와 블랙·블루의 과거는 다음 편으로 넘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남았습니다.
액션은 볼 만했지만, CG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히어로 영화의 액션은 두 가지 방향으로 평가됩니다. 타격감과 연출의 현장감이 살아있느냐, 아니면 VFX(시각 특수효과, Visual Effects)에 의존해 현실감이 희석되느냐입니다. 여기서 VFX란 컴퓨터 그래픽이나 디지털 합성 기술로 촬영 현장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말합니다. 국내 히어로 영화에서 VFX 활용도가 높아진 건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인데, 완성도가 균일하지 않으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특히 눈에 걸린 건 후반부 항공모함 위 구조물과 폭발 장면이었습니다. 앞부분 격투 신에서는 충분히 따라가고 있다가, 저 장면에서 갑자기 화면이 다른 영화처럼 붕 뜨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질감(異質感), 즉 장면과 장면 사이의 질감 차이가 관객의 집중을 끊어버리는 현상인데, 이걸 체감하는 순간 영화가 아니라 CG 시연을 보는 기분이 됩니다.
반면 구교환과 신승호가 붙는 장면은 체격 차이가 화면에서 꽤 직관적으로 보여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신승호 배우 특유의 압도적인 체형이 블랙이라는 캐릭터에 물리적 위압감을 실어줬고, 그 장면만큼은 CG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히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과하지 않게 신체 액션 위주로 갔다면 전체 완성도가 달랐을 것 같습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BIS)에 따르면 국내 개봉 한국 액션 영화의 VFX 예산 비중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완성도 편차 문제는 업계 전반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설정의 가능성과 현실 사이, 이 영화의 위치
원작 웹툰 기반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는 국내에서 아직 정착 단계에 있습니다. 출처: 한국영화산업결산(KOFIC) 자료를 보면, 웹툰 IP(지식재산권)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흥행 편차가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IP란 원작 콘텐츠가 가진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라인 등을 포괄하는 권리로, 이를 얼마나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느냐가 성패를 가릅니다.
《부활남: 더 레드》는 IP 자체의 매력은 충분히 있습니다. 죽을수록 강해진다는 부활 설정은 단순히 불사신이 되는 것과 다릅니다. 죽음을 반복 경험한다는 심리적 무게, 강해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윤리적 딜레마까지 파고들 여지가 있는 설정인데, 영화는 그걸 거의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설정을 더 비틀어서 쓸 줄 알았거든요.
감독 백종열은 《뷰티 인사이드》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섬세하게 다뤘고, 《독전 2》에서는 장르적 완성도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 필모그래피를 알고 있었기에 이번 영화에 기대가 있었는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감독 특유의 감정 밀도보다 장르 공식에 더 많이 기댄 결과물로 느껴졌습니다. 망한 영화는 아닙니다. 《타짜: 원 아이드 잭》과 비슷하게, 머리 비우고 가볍게 보면 101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다만 설정이 아깝다는 생각은 끝까지 남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활남 더 레드, 원작 웹툰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나요?
A. 원작을 몰라도 영화 자체는 따라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원작 팬이라면 내러티브 압축이 심하다는 걸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웹툰을 읽지 않고 봤는데, 그래도 설정 설명이 빠르게 지나가서 일부 장면에서 감정 이입이 늦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Q. 김유정 특별출연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블루 역으로 등장하는데 비중이 매우 적습니다.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후속편을 염두에 둔 캐릭터 소개 수준으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일반적으로 특별출연이 러닝타임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 경우는 다릅니다.
Q. 아이들이랑 같이 봐도 되는 영화인가요?
A.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입니다. 격투 액션과 폭력 장면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어린 아이와 함께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학생 이상 자녀와 가볍게 볼 히어로물을 찾는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Q. 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있나요?
A. 영화 안에 회수되지 않은 설정과 떡밥이 상당히 많습니다. 블루의 이야기, 기업의 전모 등이 거의 열린 채로 끝납니다. 속편을 전제로 한 구성으로 보이는데, 흥행 성적에 따라 제작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부활남: 더 레드》는 저에게 "아깝다"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였습니다. 부활이라는 독창적인 능력 설정, 구교환이라는 적합한 배우, 백종열 감독의 필모그래피. 재료는 분명히 있었는데 그걸 담을 그릇이 101분으로는 너무 작았습니다. 설정의 윤리적 가능성도, 빌런의 감정선도, VFX의 완성도도 모두 조금씩 아쉬웠습니다.
그렇다고 보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머리 비우고 구교환 특유의 허세 코미디와 타격감 있는 격투 신을 즐기기에는 충분합니다. 다만 세계관에 기대를 품고 간다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원작 웹툰이 궁금해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속편이 나온다면, 이번에 쌓아놓은 설정들을 제대로 소화해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