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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7월 24일 개봉해 천만 관객을 넘긴 치이카와 극장판이 9월 30일 한국에도 들어왔습니다. 치이카와를 전혀 몰랐던 저는 아내 손에 이끌려 영화관에 앉았는데, 99분이 끝날 때까지 '이게 전체 관람가 맞나'를 두 번쯤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치이카와 세계관,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치이카와의 공식 명칭은 '먼작귀'입니다.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을 줄인 말로, 원작가 나가노가 직접 붙인 이름입니다. 여기서 원작가(原作家)란 원본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작한 작가를 의미하는데, 이번 극장판도 나가노가 각본을 직접 맡고 오이카와 K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저는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치이카와가 그냥 귀여운 굿즈 캐릭터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극장판의 세계관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주인공 3인방 중 치이카와만 말을 하고, 하치와레와 우사기는 말을 못 하는 설정인데, 이게 단순한 개그 코드가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감정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섬 원주민들도 명확한 언어가 아니라 특유의 소리로 소통하고, 주인공 중 한 명이 이를 통역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통역이란 실제 언어를 옮기는 게 아니라 감정과 맥락을 해석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방식이 오히려 관객이 감정을 더 자유롭게 투영하게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말이 적을수록 빈칸이 넓어지고, 그 빈칸을 보는 사람이 채우게 됩니다.
- 먼작귀(먼작귀):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의 줄임말, 치이카와 캐릭터들의 공식 명칭
- 원작가 나가노 각본, 감독 오이카와 K 연출 — 극장판도 원작 창작자가 직접 참여
- 주인공 3인방: 치이카와(발화 가능), 하치와레(비언어), 우사기(비언어·전투형)
- 섬 원주민의 소리 기반 소통 방식 — 언어 없이도 감정 전달이 가능한 세계관
- 상영 시간 99분, 전체 관람가 등급, 엔딩 크레딧 후 쿠키 영상 있음
철학적 메시지, 귀여운 화면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영화의 핵심 갈등은 세이렌(Siren) 토벌입니다. 세이렌이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존재로,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을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반인반어(半人半魚) 형태의 괴물을 가리킵니다. 극장판에서 세이렌은 메인 보컬 1명과 코러스 2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생(永生)의 비결이 '건전지'라는 설정으로 등장합니다.
여기서 영생이란 단어 그대로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를 건전지로 표현한 연출이 저는 꽤 서늘하게 다가왔습니다. 건전지는 소모품입니다. 누군가가 계속 소비되어야 다른 누군가가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구조가 알록달록한 화면 위에 자연스럽게 얹혀 있는 거였습니다. 어린 관객은 그냥 귀여운 장면으로 볼 수 있고, 조금 더 생각하는 관객은 다른 걸 읽게 되는 이중 구조입니다.
제가 제일 오래 머릿속에 남은 장면은 싸움보다 치이카와가 혼자 고민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히토하와 후타바의 사정을 알고 나서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인데, 잘못은 맞지만 그 이유를 알고 나면 쉽게 누구 편도 들 수가 없게 됩니다. 도덕적 딜레마(moral dilemma)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옳고 그름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 영화는 전체 관람가임에도 그 딜레마를 제법 정직하게 건드립니다.
세이렌의 노래 장면은 귀엽기도 하고 묘하게 무섭기도 했습니다. 우사기가 등장하면 분위기가 확 풀려서 실제로 웃었는데, 조금 지나면 다시 찝찝해지는 사이클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간극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감각이었고, 제 경험상 이건 비슷한 캐릭터 영화에서는 잘 느끼기 어려운 온도였습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BIS)에 따르면 극장판 치이카와는 한국 개봉 이후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하며 성인 관객 비율도 높은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저는 이 결과가 세계관의 이중성 덕분이라고 봅니다.
관람 후기,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초반은 치이카와를 처음 접하는 저한테는 약간 길게 느껴졌습니다. 먹고 놀고 오리배 타는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캐릭터에 이미 애정이 있는 분들은 그 자체가 즐거울 것 같습니다만, 저처럼 사전 정보 없이 들어간 경우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조금 부유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달라졌습니다. 귀여운 비주얼과 무거운 내용 사이의 낙차(落差) — 이 낙차란 두 지점 사이의 차이나 격차를 뜻하는데 — 가 오히려 내용을 더 강하게 박아 넣는 역할을 했습니다. 중요한 장면을 담백하게, 마치 4컷 만화를 넘기듯 보여주는 연출이 스릴러 영화의 정면 묘사보다 더 무겁게 와닿은 경험은 저로서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타 작품과 비교하자면 캐치! 티니핑은 권선징악이라는 명확한 서사 문법을 따르는 반면, 치이카와 극장판은 끝까지 그 명확한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란 착한 일을 권장하고 나쁜 일을 벌한다는 뜻의 전통적 서사 구조를 말하는데, 티니핑이 그 문법에 충실하다면 치이카와는 그 문법 밖에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는 게 아니라, 기대하고 들어가는 틀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다 보고 나서 '귀여웠다'보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어야 했지?'가 먼저 남았습니다. 출처: 영상물등급위원회(KMRB)의 전체 관람가 기준은 모든 연령이 관람 가능한 수준을 전제로 하는데, 이 영화는 그 기준 안에서 꽤 많은 걸 담았습니다. 저는 별점을 주자면 3.5점 정도를 주겠습니다. 신선하고 개성 있고, 보고 나서도 생각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이카와를 전혀 모르고 봐도 괜찮은가요?
A. 저 자신이 사전 지식 없이 관람했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다만 초반 캐릭터 소개 구간에서 원작 팬이라면 느낄 반가움은 저한테는 없었고, 그만큼 초반이 약간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캐릭터를 미리 한 번 훑고 가면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Q. 어린아이랑 같이 봐도 되나요?
A. 등급은 전체 관람가이고 폭력적인 장면은 없습니다만, 저는 보면서 이게 순수하게 아이 친화적인 영화인지 한 번 망설였습니다. 도덕적 딜레마나 영생과 희생을 다루는 주제가 담겨 있어서, 아이와 함께 보고 나서 대화를 나눠볼 여지가 있는 영화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보러 간다는 마음으로 가면 중반부터 조금 의아할 수 있습니다.
Q. 쿠키 영상이 중요하다던데 어느 타이밍에 있나요?
A.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난 뒤에 나옵니다. 본편 이야기와 이어지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자리를 먼저 뜨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저도 이 부분은 사전에 정보를 얻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Q. 세이렌이 악당인가요, 피해자인가요?
A. 이게 이 영화에서 제일 애매한 지점입니다. 세이렌이 섬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배경에 히토하와 후타바의 선택이 있었고, 세이렌 입장에서도 복수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악당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라고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 애매함 자체가 영화가 의도한 감각이라고 저는 봅니다.
결론
치이카와 극장판은 귀여운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라는 겉모습 안에 도덕적 딜레마와 영생, 희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저처럼 원작을 전혀 모르던 사람도 중반 이후부터는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고, 다 보고 나서도 결말을 계속 되씹게 되었습니다.
치이카와 세계관과 먼작귀 캐릭터들이 낯선 분이라면 미리 주인공 3인방의 성격과 이름 정도만 파악하고 가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