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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을 했는데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런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4월 2일 개봉 예정인 영화 <끝장 수사>는 실제 오판 사건 네 가지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형사물이겠거니 했는데, 보다 보니 제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하나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실화가 바탕이라는 말의 무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실제 사건들이 소개됩니다. 1968년 손호의 오시오 사건은 1인 거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 강간 살인 사건으로, 용의자가 증거 부족으로 석방되었다가 결국 다른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처벌받은 사례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이미 좀 불편해졌습니다. 증거가 없어서 풀어줬는데 진범이 맞았다는 것, 그러니까 그 사이에 피해자가 또 생겼다는 뜻이니까요.
더 충격적이었던 건 하시카가 사건입니다. 1990년에 4살 아이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된 버스 기사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7년을 복역했는데, 2009년 DNA 감정 결과 오판으로 드러난 사건입니다. 여기서 DNA 감정이란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범행 현장의 증거와 피의자의 일치 여부를 과학적으로 판별하는 기법으로, 오늘날 형사 사법 절차에서 무죄 입증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17년입니다. 사람 인생에서 17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생각하면, 그냥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니 일본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법 오류 사례들이 꽤 기록되어 있습니다. 무고한 사람이 허위 자백을 하는 현상은 심리학에서 허위 자백(false confession)이라는 용어로 연구되고 있으며, 여기서 허위 자백이란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외부 압박이나 심리적 혼란으로 인해 스스로 유죄라고 인정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국제 무죄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DNA 증거로 무죄가 입증된 사례 중 약 30%가 허위 자백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출처: Innocence Project).
영화는 이 묵직한 실화들을 배경 깔듯 깔아두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형사 최재혁은 동료의 함정에 빠져 감찰 대상이 되고, 권고사직 압박까지 받는 상황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게 그냥 전형적인 비리 형사물 도입부인 줄 알았습니다. 어디서 한 번쯤 봤던 구도잖아요, 억울한 형사가 사건을 통해 명예를 되찾는 식의. 그래서 솔직히 초반에는 그렇게 집중해서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중호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재벌 3세인데 인터넷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다가 네티즌과의 내기로 경찰 시험에 수석 합격해 실제 경찰이 된 캐릭터입니다. 고가의 차량 때문에 '람보르기니 순경'이라 불리며 화제가 됐다는 설정인데, 저는 여기서 좀 웃겼습니다. 아니 저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굳이 경찰을 왜 하는 건지 싶었거든요. 근데 또 경찰 시험 수석이라니까, 하나쯤은 못해도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 손호의 오시오 사건(1968): 증거 부족으로 석방된 진범이 이후 다른 살인으로 체포
- 하시카가 사건(1990): 무고한 버스 기사가 17년 복역 후 DNA 감정으로 오판 확인
- 대화지마 사건: 판결 직전 진범 자백으로 무고한 용의자 석방
- 만기 복역 후 진범이 밝혀진 사건도 포함
4만 9천 원짜리 사건이 살인으로 연결될 때
최재혁은 감찰 종결을 조건으로 김중호가 스스로 사표를 쓰게 만들라는 딜을 제안받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폐차 직전의 순찰차 세차를 시키며 괴롭히는데, 김중호가 뛰어난 세차 실력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저는 픽 웃었습니다. 뭔가 이 영화 분위기가 어떤 건지 이제야 감이 왔달까요.
그러다가 두 사람의 첫 사건으로 교회 헌금 절도 사건이 떨어집니다. 4만 9천 원입니다. 살인 사건도 나오는 영화에서 4만 9천 원짜리 절도 사건이라니 싶었는데, 이상하게 저는 이 금액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5만 원도 아니고 4만 9천 원이라는 게 왠지 더 리얼하게 느껴졌달까요. 김중호는 셀카를 찍는 등 장난처럼 굴면서도 절도 수법을 분석해 PC방을 특정하고 범인을 잡아냅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사건이 해결됐고, 저는 이때부터 이 캐릭터를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피 묻은 망치가 발견되면서 분위기가 바뀝니다. 저는 여기서 어? 하고 자세를 바꿨습니다. 그 전까지는 좀 대충 보다가 이 순간부터는 내용이 달라지는 느낌이 확실히 있었거든요.
이후 피의자 신문 장면이 나옵니다. 최재혁과 반장이 굿 캅·배드 캅(Good Cop, Bad Cop) 전략을 씁니다. 여기서 굿 캅·배드 캅이란 한 수사관은 피의자에게 우호적으로 접근하고 다른 수사관은 강압적으로 몰아붙여 심리적 혼란을 유도하는 심문 기법을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과정이 꽤 설득력 있게 그려지는데, 피의자를 살살 달래 이민아라는 여성 살인을 자백받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이 사건의 범인으로 조동우가 잡혀 있었다는 겁니다. 두 사람이 같은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된 거죠. 저는 이 부분에서 좀 헷갈렸는데, 동시에 영화 초반에 나온 실제 오판 사건들이 겹쳐 생각났습니다. 조동우는 경찰 진술에서 자백했지만 법정에서 부인하며 강압 수사와 가족 협박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강압 수사란 피의자에게 물리적·심리적 압박을 가해 진술을 유도하는 위법 수사 방식으로, 실제 수사 현장에서 허위 자백을 낳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강압 수사로 인한 허위 자백 문제를 여러 차례 권고 사항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오미노 형사는 조동우의 재판을 막으려 하고 최재혁에게 수사 중단 압박을 가합니다. 그리고 최재혁은 그 압박 속에서도 수사를 계속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저는 이 지점부터 영화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윤경호 배우가 연기한 오미노 형사는 뒤로 갈수록 존재감이 달라졌는데, 그래서 후기들에서 이 배우 이름이 많이 나오는구나 싶었습니다. 이솜이 검사 역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이 영화가 단순한 버디 무비로 끝나지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끝장 수사 실화 기반이라는데 어떤 사건이에요?
A. 일본의 실제 오판 사건 네 가지를 모티브로 합니다. 1968년 손호의 오시오 사건, 1990년 하시카가 사건, 판결 직전 진범 자백으로 용의자가 풀려난 대화지마 사건, 만기 복역 후 진범이 드러난 사건이 포함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몰랐다가 영화 도입부에서 소개되는 걸 보고 사건들을 따로 찾아봤을 정도로 실제 내용이 꽤 무겁습니다.
Q. 람보르기니 순경 캐릭터가 너무 비현실적인 거 아닌가요?
A. 저도 처음에 그 생각 했습니다. 재벌 3세에 경찰 시험 수석에 눈치까지 빠르니까 하나쯤은 못해도 되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보다 보니 이 캐릭터가 있어서 영화가 덜 답답하게 흘러가는 면이 있었고, 없었으면 오히려 많이 무거워졌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비현실적이긴 한데 그 역할은 하는 인물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Q. 초반이 좀 지루하다는 후기가 있던데 끝까지 봐야 하나요?
A. 제 경험상 초반은 솔직히 어디서 본 것 같은 형사 영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데 피 묻은 망치가 나오는 시점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고, 허위 자백과 오판 의혹이 본격화되는 중반 이후부터는 다음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됩니다. 초반만 보고 껐으면 그냥 뻔한 영화라고 했을 것 같아서, 일단 중반까지는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Q. 이솜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인가요?
A. 검사 역할로 등장하며 영화 후반부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보기 전에는 이솜이 이렇게 중요하게 나온다는 걸 몰랐는데, 오판 수사가 본격화되는 흐름 속에서 검사라는 직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와 맞물려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결론
다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남은 건 살인범보다 잘못 잡힌 사람 쪽이었습니다. 자백이라는 게 그렇게 믿을 수 없는 것일 수 있다는 걸,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냥 머리로만 알았지 실제로 와닿지는 않았거든요. 보고 나니까 그게 좀 무섭더라고요.
엄청 재미있다고 하기도, 재미없다고 하기도 애매한 영화입니다. 초반은 익숙한 구도이고, 중간에 코미디와 무거운 사건이 교차할 때는 박자가 좀 안 맞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몰입이 됐고, 지금도 한 장면씩 생각납니다. 범죄 수사물 좋아하시거나 예측 불가한 흐름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초반의 느린 구간을 넘겨서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4월 2일 개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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