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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그냥 아이가 사라지는 사건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근데 11살짜리 두 아이가 갓난아기를 숨지게 했다는 사건이 출발점이라는 걸 알고나서는 아니, 애들이 대체 어떤 상황이었길래 싶어서 끊지를 못했어요. 영화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은 화려한 액션 없이 사람의 심리만으로 끝까지 붙잡아두는 영화입니다.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리 스릴러의 핵심 — 누가 거짓말하는가
영화의 구조 자체가 신뢰할 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 즉 관객이 어느 인물의 진술도 완전히 믿을 수 없도록 설계된 서사 방식에 기반합니다. 여기서 신뢰할 수 없는 화자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숨겨서 관객이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를 말합니다. 영화는 이 장치를 앨리스와 로니 두 인물에게 동시에 적용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한쪽 이야기를 들려준 뒤 반드시 반대쪽 이야기로 뒤집는 방식을 반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앨리스가 경찰에 자수하면서 로니가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에서는 아, 저렇게까지 나오면 로니가 맞나 싶었는데, 로니 쪽 진술이 나오면 또 생각이 바뀌었어요. 보는 내내 계속 판단을 수정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로니가 형사를 피해 달아나고 DNA 채취도 거부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솔직히 저 행동이 유죄의 증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근데 뒤로 갈수록 그 행동이 죄책감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나왔다는 게 드러나면서, 제가 너무 단순하게 읽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게 이 영화의 심리적 조작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앨리스 엄마 헬렌도 처음에는 그냥 딸을 믿는 엄마라고만 봤는데, 계속 보다보니 딸을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헬렌이 앨리스 방에서 일기장을 발견하는 장면은 그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어요. 딸을 감싸는 것과 딸의 실제 모습을 직면하는 건 다른 문제인데, 헬렌은 그 경계를 끝까지 넘지 못하는 인물처럼 보였습니다.
심리 스릴러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또 다른 장치는 플래시백(flashback)인데, 과거 장면을 현재 수사와 교차 편집해서 관객이 직접 퍼즐을 맞추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영화도 7년 전 올리비아 사건과 브리트니 실종 사건을 교차하면서 처음에 제시한 정보가 나중에 다른 의미로 재해석되는 구조를 사용합니다. 같은 장면인데 나중에 다시 보면 전혀 다르게 읽힌다는 점이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 앨리스: 자수 후 로니를 범인으로 지목, 7년 전 사건도 누명이라고 주장
- 로니: 도주 및 DNA 채취 거부, 현장에서 형사에게 앨리스와 다른 진술
- 헬렌: 딸의 일기를 발견했음에도 계속해서 앨리스의 결백을 감싸는 태도
- 낸시 형사: 두 사건의 유사성을 근거로 수사를 좁혀가며 진실에 접근
반전 이후가 더 무거운 이유 — 로니와 앨리스의 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브리트니를 데려간 이유가 밝혀질 때, 저는 그냥 단순한 재범이겠지 생각했는데 앨리스가 브리트니를 자신의 아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진실이 나오니까 순간 멈칫했어요. 납치라는 행위는 달라지지 않지만, 그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앨리스가 불쌍하다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패턴이 있는데, 가해자에게 사연을 부여해서 관객이 죄의식 없이 동정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근데 이 영화는 앨리스에 대해 그 선을 끝까지 넘어주지 않았어요. 사정이 있다는 것과 한 일이 정당화된다는 건 다른 문제니까요.
반면 로니는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생각났습니다. 처음에 제일 수상하다고 봤던 인물이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된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온 인물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제가 그를 의심했던 것 자체가 좀 미안해질 정도였어요. 로니가 마지막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결말은 단순히 비극적이라기보다, 7년간 소년원에서 복역하고 나와서도 사회의 시선과 자기 자신의 죄책감을 동시에 견뎌야 했던 사람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혔습니다.
이런 결말을 두고 너무 극단적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출소 후 사회 복귀에 실패하는 소년범의 현실을 영화가 나름의 방식으로 담아낸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실제로 소년사법(juvenile justice) 분야의 연구들을 보면, 소년원 출소 후 낙인 효과(stigma effect)가 재사회화를 가로막는 핵심 장벽으로 꼽힙니다. 낙인 효과란 범죄 전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이어져 당사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로니가 베이글 가게에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는 장면이 바로 그 낙인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고, 저는 그 장면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7년 전 사건의 진실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하게 만드는 구조였어요. 제 경우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앨리스와 로니가 11살 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시 짚어보게 됐습니다. 시원하게 해결됐다는 느낌이 아니라, 여러 겹의 진실이 겹쳐있고 그 중 어디까지가 확실한 건지 모르겠다는 찝찝함이 남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이런 열린 결말(open ending) 방식은, 관객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서사 전략입니다. 좋아하는 분들은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하고, 불만족스럽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둘 다 이해가 됐어요. 다만 반전 직전까지 천천히 가던 영화가 마지막에 한꺼번에 정보를 쏟아내는 느낌은 좀 아쉬웠습니다. 조금만 더 여유 있게 풀어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년범의 재사회화 문제와 낙인 효과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 기관의 자료에서도 꾸준히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소년사법 분야의 공식 자료를 확인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는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소년사법 가이드라인(출처: UNODC Juvenile Justice)에서도 출소 후 재통합의 어려움을 핵심 과제로 짚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 결말이 이해가 안 돼요, 범인이 앨리스인가요?
A. 브리트니 납치의 주범은 앨리스가 맞습니다. 앨리스는 브리트니를 자신의 아이라고 믿고 데려간 것으로 드러납니다. 다만 7년 전 올리비아 사건에서 두 사람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는 영화가 끝까지 완전히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암시 장면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로니는 왜 형사를 피해 달아난 건가요?
A. 로니가 도주하고 DNA 채취를 거부한 건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 사건에 대한 죄책감과 다시 의심받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결합된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유죄의 증거처럼 읽혔는데, 뒤로 갈수록 그 해석이 바뀌었어요. 이 영화가 관객을 계속 흔드는 방식이 바로 이런 장면에서 나옵니다.
Q. 영화가 느리다는 평이 많던데 끝까지 볼 만한가요?
A. 느리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는 저도 공감했습니다. 중반까지는 폭발적인 사건 없이 인물들의 진술과 과거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끄고 싶지는 않았어요. 둘 중에 누가 거짓말하는지가 계속 궁금했거든요. 끝까지 본 뒤에 앞 장면이 다시 보이는 구조라서, 반전 이후의 여운을 원하는 분들께는 충분히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Q. 앨리스 엄마 헬렌은 딸이 범인인 걸 알고 있었나요?
A. 영화는 이 부분도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습니다. 헬렌은 앨리스의 일기장을 발견하고도 딸의 결백을 주장하는 쪽으로 행동합니다. 딸을 진심으로 믿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감싸는 건지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고, 저는 후자에 가깝게 읽혔어요. 오히려 헬렌의 태도가 앨리스를 저렇게 만드는 데 일부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
다 보고 나서 범인을 찾았다는 시원한 감각은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애들이 11살 때 한 일이 18살 이후까지 따라다니고, 엄마가 있어도 혼자인 앨리스, 죄책감을 끝까지 가지고 살았던 로니, 그리고 그 주변의 어른들까지 다 어딘가 엉켜있는 느낌이 남았어요. 재미있었다고 하기도, 재미없었다고 하기도 애매한 영화인데 끝나고도 로니와 앨리스가 계속 생각난다면 그걸로 이 영화는 역할을 다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빠른 전개와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중반부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인물의 심리와 관계가 쌓이면서 반전이 무게를 갖게 되는 구조를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느린 속도가 오히려 이 영화의 강점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저는 끝까지 보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장면은 한 번 더 처음부터 되짚어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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