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17분, 초등학교 아이 17명이 동시에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한 명도 아니고 같은 반 아이들이 거의 전부. 그리고 아무도 어디 갔는지 모른다. 영화 '웨폰(Weapon)'을 틀자마자 저는 이 장면 하나에 완전히 걸려들었습니다. 줄리아 가너 때문에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멈추지 못한 건 전혀 다른 이유였습니다. 초반 설정이 만들어낸 흡입력, 그리고 그 무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포 영화라고 해서 귀신이 튀어나오거나 피가 나오는 장면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의 공포는 훨씬 조용한 방식으로 시작됐습니다. CCTV 화면 속에서 아이들이 팔을 벌린 채 어둠 속으로 뛰어가는 장면. 저는 그 자세가 단순히 뛰는 게 아니라 뭔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보여서, 나중에 반드시 이유가 ..
저도 처음엔 그냥 아이가 사라지는 사건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근데 11살짜리 두 아이가 갓난아기를 숨지게 했다는 사건이 출발점이라는 걸 알고나서는 아니, 애들이 대체 어떤 상황이었길래 싶어서 끊지를 못했어요. 영화 은 화려한 액션 없이 사람의 심리만으로 끝까지 붙잡아두는 영화입니다.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심리 스릴러의 핵심 — 누가 거짓말하는가영화의 구조 자체가 신뢰할 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 즉 관객이 어느 인물의 진술도 완전히 믿을 수 없도록 설계된 서사 방식에 기반합니다. 여기서 신뢰할 수 없는 화자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숨겨서 관객이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를 말합니다...
액션 영화라고 해서 틀었는데 처음 20분 동안 주인공이 싸움 한 번 안 하더라고요. 저도 솔직히 언제 시작하나 기다렸습니다. 근데 다 보고 나니까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핵심이었어요. 해병대 특수교관 출신 테리가 부패 경찰 조직에 맞서 사촌을 구하려는 이야기인데, 단순 주먹질 영화를 기대했다면 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처럼요.참을인자 — 열 받아도 말로 먼저 가는 주인공영화 초반, 테리는 갱단 사건의 증인으로 위험에 처한 사촌 마이크를 구하기 위해 법원과 경찰서를 오가며 보석을 신청합니다. 여기서 저는 처음에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어요. 경찰들이 보석금을 가로채고 이송을 막아서는 장면에서, 저였으면 이미 폭발했을 것 같은데 테리는 계속 서류를 내밀고 말로 해결하려 합니다.보석(Bail)이란 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