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하나를 파냈더니 그 밑에 관이 또 있었습니다. 철쇄로 묶인 채 수직으로 박혀 있는 두 번째 관. 저는 그 장면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동시에 '이게 그냥 귀신 영화가 아니구나'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영화 파묘는 무속과 풍수지리, 그리고 한일 역사까지 한 화면 안에 얽어 넣은 작품입니다. 보기 전에는 묘 하나 잘못 건드렸다가 귀신 나오는 흔한 공포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예상보다 훨씬 묵직한 질감이 남았습니다. 전반부 vs 후반부 비교 —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일반적으로 공포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무섭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파묘는 정반대였습니다. 전반부가 훨씬 더 오래 찝찝함을 남겼습니다.영화는 무속인 화림과 법사 봉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자산가 집안의 의뢰를 받으면서 시..
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들이 10년 넘게 조직적으로 살해되어 왔다는 것, 이게 영화 '사바하'의 핵심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이비 종교 조사물인 줄 알고 봤는데, 보다 보니 불교 경전과 기독교 예언이 한 이야기 안에서 맞물리는 구조라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사천왕, 알고 보니 살인 조직이었다사슴동산이라는 신흥 종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제가 이게 왜 의심스러운 건지 바로 감이 안 왔습니다. 돈도 안 걷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신도들도 교사·간호사·공무원 같은 전문직들이라니까요. 오히려 일반 종교보다 깔끔해 보이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그런데 법당에 걸린 그림에서 이상한 점이 드러납니다. 불교 사찰이면 부처나 보살을 모셔야 하는데, 사슴동산은 '장군'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자는 사람이 깨어 있는 사람보다 더 무서울 수 있을까요. 영화 〈잠〉을 보기 전까지는 저도 그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수면 중에 이상 행동을 반복하는 이야기인데, 의학적 진단과 무속적 해석이 끝까지 팽팽하게 맞서며 관객을 어느 쪽에도 완전히 착지시켜 주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스릴러 정도로 생각했다가 자려고 누운 뒤에도 영화 장면이 떠올라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렘수면행동장애, 공포의 시작은 진단명이었습니다영화 초반에 남편 현수가 받는 진단이 렘수면행동장애(RBD, REM Sleep Behavior Disorder)입니다. 여기서 RBD란 수면 중 근육이 마비되어야 하는 렘(REM) 단계에서 오히려 몸이 움직여버리는 신경계 이상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꿈속에서 하는 행동이 실제 몸으로 그..
영화 곡성에는 악마, 무당, 신, 형사라는 네 인물이 등장하며 관객은 끝까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판단하지 못합니다. 저도 처음엔 귀신 영화겠거니 했다가,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찝찝함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인물 분석 — 이 영화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이유곡성을 처음 볼 때 저는 종구를 그냥 따라가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경찰이고,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고, 감정적으로도 이해가 가는 인물이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의 판단을 따라가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네 인물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무당 일광은 악령 퇴치를 의뢰받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악의 하수인입니다. 죽은 사람들의 사진을 보관하고 종구 가족을 카메라에 담는 장면은 단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