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수록 강해진다는 설정, 들으면 꽤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부활남: 더 레드》는 2024년 9월 30일 개봉한 한국 히어로 액션 영화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합니다. 직접 보고 나니 설정만큼은 분명히 매력 있는데, 그걸 다 살렸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였습니다. 구교환이라는 선택, 예상보다 훨씬 잘 맞았습니다히어로물 주인공이라고 하면 흔히 단단하고 과묵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부활남: 더 레드》의 주인공 석환은 정반대입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백수 취준생이 시작점이니까요. 솔직히 처음에는 이 조합이 어색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제가 직접 봤더니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이 캐릭터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소화해냈습니다.캐릭터 페르소나(person..
애니메이션으로 한 번 울고, 실사로 또 한 번 울 줄은 몰랐습니다. 후지모토 타츠키 원작 단권 만화 『룩백』의 실사 영화가 2026년 10월 8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데구치 나츠키, 마키타 아쥬가 주연을 맡았는데, 제가 직접 보고 나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별점 5점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줄거리 — 인정받고 싶어서 그림을 그린 두 소녀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 없이 초반부만 짚겠습니다. 주인공은 후지노와 쿄모토, 두 여학생입니다. 후지노는 학교에서 그림 잘 그리기로 소문난 인싸 학생이고, 쿄모토는 등교 거부 중인 아이입니다. 둘은 선생님의 제안으로 학교 신문 4컷 만화를 함께 맡게 되면서 얽힙니다.처음 쿄모토의 그림을 본 후..
영화 베테랑은 복잡한 미스터리보다 감정의 방향이 분명한 작품이다. 서도철이 조태오를 쫓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관객이 조태오에게 느끼는 분노와 서도철에게 거는 기대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결말의 해소감이 커진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 수는 약 1,341만 명이다. 숫자만큼이나 오래 남는 이유는 액션의 규모보다 인물 사이의 온도 차이에 있다.조태오 연기 — 얄밉다는 감정이 이 정도로 쌓일 수 있나조태오는 유행어 하나로만 기억되는 악역이 아니다.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가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대하는 시선과 말투, 상황이 뜻대로 흐르지 않을 때 표정이 굳는 순간이 캐릭터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그는 큰소리를 내기 전에 이미 상대를 아래에 두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 주고, 그 ..
영화 도둑들은 다이아몬드 탈취극이지만, 줄거리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인물들의 말투와 관계다. 한국팀과 홍콩팀이 한자리에 모이고, 계획은 계속 바뀌며, 누구도 끝까지 믿을 수 없다. 인물이 많다는 점은 초반의 진입 장벽이지만, 각자 다른 욕심과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이 복잡함이 영화의 오락성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캐릭터가 이렇게 살아있는 이유도둑들은 누가 주인공인지 한 사람으로 고르기 어려운 영화다. 뽀빠이, 펩시, 예니콜, 씹던껌, 잠파노, 첸, 줄리, 마카오 박은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듯하지만 각자의 계산을 품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사건의 순서를 외우기보다, 누가 누구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와 무엇을 원하는지를 따라가면 이야기가 훨씬 잘 보인다.특히 예니콜은 팀 안의 긴장을 가볍게 바꾸는 인..
영화 암살은 1930년대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한 첩보·액션극이다. 안옥윤을 비롯한 암살단, 밀정 염석진,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 한 작전 안에서 엇갈리며 이야기의 긴장을 만든다. 인물 수가 많은 편이지만, 각자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거래하려 하는지에 집중하면 흐름이 또렷해진다.인물 관계, 작전보다 먼저 잡아야 할 흐름암살의 핵심은 한 명의 영웅을 따라가는 방식보다 여러 인물의 목적이 부딪히는 데 있다. 안옥윤·속사포·황덕삼은 암살 작전을 수행하고, 염석진은 임시정부 대원이라는 외피 뒤에 다른 선택을 숨긴다.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은 돈을 좇아 움직이기에 같은 작전 안에서도 쉽게 한편으로 규정되지 않는다.이 관계를 볼 때는 이름을 외우기보다 누가 정보를 쥐고 있는지, 누가 작전의 성공보다 자기 이익을..
디거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과 톰 크루즈가 만난 풍자극이다. 권력과 자본이 위기를 다루는 방식, 과장된 인물의 말투, 관객의 예상을 뒤집는 구성까지 한꺼번에 밀어붙인다. 이 글은 제목의 세 키워드인 풍자·연설·반전을 중심으로 정리한다.풍자, 권력의 무능을 과장으로 보여 주는 방식영화의 풍자는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디거가 불리한 정보는 밀어내고, 위기의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며, 주변 인물들은 각자의 말만 반복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과장된 분장과 넓고 불편한 공간은 권력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만든다.그래서 웃기는 장면이 쌓일수록 관객은 편해지기보다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그 피로까지 풍자의 일부로 삼는다. 정보를 듣는 척하면서도 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