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시즌2를 처음 볼 때 시즌1보다 무조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판이 커졌으니까 당연히 더 긴장감도 크겠지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보는 내내 현빈보다 우도환이 눈에 밟혔고, 결말은 두 번 생각해야 뭔가 남는 드라마였습니다. 인물 분석: 커진 판만큼 커진 균열시즌2는 피카레스크(picaresque) 장르의 특성을 가장 짙게 드러낸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피카레스크란 도덕적으로 흠이 있는 주인공이 사회 권력 구조 안에서 살아남으며 벌이는 이야기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악인인데도 응원하게 되는 그 묘한 감정을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끌어내는 방식입니다. 시즌1에서도 그 맛이 있었지만, 시즌2는 백기태가 이미 권력 상층부에 올라간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
심장에 폭탄을 심어두고, 24시간마다 본부에 연락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는 스파이 조직.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저는 영화를 끄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변요한, 한효주, 후지와라 타츠야까지 한일 배우가 뒤섞인 이 스파이 액션 영화를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줄거리와 액션: 생각보다 크고,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본 스파이 영화라고 해서 규모가 좀 아담할 줄 알았는데, 막상 틀어보니 해외 로케이션에서 차량 추격, 격투, 잠입 시퀀스가 줄줄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초반 10분 만에 '이거 그냥 지나치기엔 아깝겠다' 싶었습니다.줄거리는 세 나라 스파이가 한 점을 향해 달려드는 구조입니다. 한국 특수요원 변요한은 요인 경호 임무 중 중국 산업 스파이 조직의 ..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500만 달러 판돈의 목숨 건 포커판을 배경으로 한 범죄 오락 영화입니다. 솔직히 타짜라는 이름을 듣고 첫 장면부터 치열한 속임수 대결이 펼쳐질 거라 기대했는데, 제가 실제로 보고 나서 느낀 건 그 예상과 꽤 달랐습니다. 행운 설정, 재미있지만 긴장감을 갉아먹는다일반적으로 주인공의 초능력적 재능이나 행운 설정은 이야기 초반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장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캐릭터 어포던스(character affordance)'란 관객이 주인공을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게 유도하는 설정과 연출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야"를 빠르게 납득시키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봤더니 장태영의 행운 설정은 이 선을 좀 넘는 느낌이었습니다.포커 게임에서..
영화 속 그레이스 박사는 깨어나는 순간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모릅니다. 옆엔 죽은 동료들, 창밖엔 낯선 별. 그런데 이 기억상실은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보는 기분이 됐습니다. 과학 이야기가 많은 영화인데, 결국 제 머릿속에 남은 건 돌처럼 생긴 외계인 한 마리였고요. 기억상실과 아스트로파지 — 설계된 상황들 그레이스의 혼수상태는 성간 여행에서 흔히 쓰이는 동면(hibernation)과는 다릅니다. 여기서 동면이란 장거리 우주여행 중 신체 대사를 극도로 낮춰 생존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헤일 메리 프로젝트의 경우는 목적이 달랐습니다. 과거 소련의 밀폐 환경 모의 훈련에서 승조원들이 장기 격리 끝에 폭력적으로 변한 기록이 있었고, ..
좀비 영화라고 해서 가볍게 틀었다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영화가 있습니다. 부산행이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감염자가 뛰어오는 장면보다, 문 하나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서로를 밀어내는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걸렸습니다. 좀비 영화를 보면서 왜 좀비가 아닌 사람 때문에 더 답답한지 — 그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이기심과 희생 — 문을 잠그는 자와 여는 자부산행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는 KTX 열차, 그 안에서 감염이 퍼지고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움직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자주 멈칫한 건 감염자의 등장이 아니었습니다. 생존자들이 문을 잠그는 순간이었습니다.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장치가 바로 이 '문'입니다. 서구(공유)는 처음에 자신과 딸 수아만 문 안으로 넣고 잠..
영화 속 사람이 죽는데 웃음이 나왔습니다. 수영장에서 감전된 사람이 그냥 쓰러지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터져버리는 장면을 보고 나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습니다. 무서웠냐고 하면 솔직히 별로 안 무서웠고, 코미디냐고 하면 사람이 너무 많이 죽습니다. 공포와 블랙코미디 사이 어딘가에 있는 영화, 더 몽키입니다. 저주 설정 — 원숭이는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더 몽키의 핵심 설정은 단순합니다. 태엽을 감으면 누군가 죽는다. 그런데 중요한 건 "누가" 죽는지는 원숭이가 멋대로 정한다는 점입니다.이 영화에서 저주 메커니즘(Curse Mechanism), 쉽게 말해 저주가 작동하는 방식은 복수 도구와는 정반대입니다. 주인공 할이 어린 시절 쌍둥이 형제 빌을 죽이고 싶어 태엽을 감았더니 엄마 로이스가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