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2002년 영화니까 지금 보면 별로 안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공포영화는 대부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촌스럽고, 무서운 연출도 식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재생하고 몇 분 만에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오프닝 한 장면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오프닝이 영화보다 유명해진 이유일반적으로 오래된 공포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공포감이 희석된다고들 합니다. 제 경험상 그 말이 대부분 맞긴 한데, 고스트 쉽의 오프닝만큼은 예외였습니다. 호화 유람선 '안토니아 그라자호' 갑판 위에서 승객들이 춤을 추는 장면,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그 연출. 저는 거기서 진짜로 멈칫했습니다. 무서운 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점프 스케어(jump scare) 방식이 아니라..
솔직히 처음엔 이 영화를 단순한 환경 고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연가스 회사가 나쁘고, 주민들이 피해자고, 결국 환경이 이긴다는 공식이 그대로 나올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근데 스티브 버틀러라는 인물을 따라가다 보니 제가 예상했던 공식이 계속 어긋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래서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스티브 버틀러, 나쁜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제가 직접 봤는데, 스티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옳다고 믿고 움직입니다. 그냥 회사 지시 따르는 영업사원이 아니라, 진짜로 돈이 이 마을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자기 고향 아이오와주 엘드리지도 캐터필러 공장 하나가 문 닫으면서 경제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는 걸 직접 목격했으니까요.그래서 스티브가 ..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실패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알 파치노에 안소니 홉킨스, 거기에 이병헌까지 한 화면에 모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배우가 너무 아깝다"였습니다. 영화 미스컨덕트, 출연진은 역대급인데 과연 이야기는 어떠했는지 직접 본 후기를 솔직하게 남깁니다. 출연진만 보고 골랐다가 생긴 일처음에 이 영화를 고른 이유가 뭐였는지 아시겠습니까. 저는 순전히 캐스팅 라인업 하나만 보고 골랐습니다.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이병헌. 세 이름이 한 포스터에 있으면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습니까.영화의 구조를 간단히 정리하면, 젊은 변호사 벤 케이가 옛 애인 에밀리로부터 거대 제약회사 CEO 아서 데닝의 비리 증거를 건네받으면서 이야..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혼돈의 세상에서'은 유명 토크쇼 진행자 먼씨가 휴가지에서 시신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누명 스릴러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목격담인 줄 알았는데, 직접 보고 나니 이게 그냥 스릴러가 아니라 개인이 거대한 집단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별장에서 시작된 누명, 처음엔 진짜 못 끊었습니다주말 내내 할 게 없어서 그냥 틀어놓은 드라마가 결국 밤을 새우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혼돈의 세상'이 딱 그랬습니다. 일상에 지쳐 산속 별장으로 떠난 먼씨가 정전과 통신 두절을 겪고, 도움을 청하러 간 옆 별장 창고에서 시신을 발견하는 장면까지는 제가 직접 봤는데 거의 숨을 참고 봤습니다.복면 괴한 두 명에게 쫓기고 숲에서 탈출하는 장면도 그렇고, 여기까지는 진짜 ..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가 과연 슬플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하며 극장에 앉았습니다. 단종 이야기는 역사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워낙 많이 다뤄진 이야기라 이번엔 좀 무덤덤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근데 막상 보고 나서는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어린 왕이 웃던 얼굴과 마지막 얼굴이 자꾸 같이 떠올랐어요. 결말을 알면서도 발이 묶이는 이유 — 배우 연기력 혹시 결말을 이미 아는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더 불안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에서 딱 그 기분을 느꼈습니다. 광천골 사람들과 단종이 밥을 먹고, 웃고,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장면인데 그게 마냥 편하질 않았어요. 저는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웃는 장면인데도 가슴이 서늘한 건, 배우들..
스파이더맨 이미지가 강한 배우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기대보다 의심이 컸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났을 때 제 입에서 나온 첫 말은 "재밌었다"가 아니라 "힘들게 봤다"였습니다. 이 두 마디가 영화 체리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전쟁 트라우마 — 몸은 집에 왔는데 사람은 아직 거기 있었다영화 체리는 실존 인물 니코 워커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플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루소 형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주인공 체리 역에 톰 홀랜드가 캐스팅됐습니다. 영화 제목 '체리(Cherry)'는 군대 은어로, 전쟁터에 막 투입된 경험 없는 신병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아직 전쟁의 냄새를 모르는 풋내기라는 의미입니다.주인공에게 이름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