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 이름만 봐도 쉽게 볼 수 없는 영화가 있습니다. 톰 홀랜드, 세바스찬 스탠,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 스캔런. 캐스팅 목록을 보고 저도 처음엔 꽤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좋은 일이 단 하나도 없는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중간에 끄지를 못했습니다.등장인물이 많아서 헷갈렸지만, 다 이어지는 구조였다솔직히 처음 30분은 꽤 혼란스러웠습니다. 윌러드가 나오다가 갑자기 로이와 헬렌이 나오고, 또 칼 부부가 나오고, 시간도 계속 앞뒤로 오갑니다. 이 영화가 채택한 방식은 이른바 앙상블 내러티브(Ensemble Narrative)라고 불리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앙상블 내러티브란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진행하다가 점차 하나의..
한소희와 전종서, 둘 다 강한 인상을 가진 배우가 한 작품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화제였습니다. 제가 처음 이 조합을 봤을 때 솔직히 '너무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근데 막상 보고 나니 그 판단이 틀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배우 케미부터 줄거리 구조, 그리고 결말까지 제 시선으로 직접 짚어보겠습니다.배우 케미 — 비슷할 것 같았는데 달랐다한소희는 유흥업소의 에이스 '화육'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예슬 역을, 전종서는 배달 일을 하며 버텨가는 도경 역을 맡았습니다. 둘 다 삶의 바닥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예슬은 낮에는 꽃집 직원으로 위장하며 이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중생활'이란 단순히 직업을 숨기는 게 아니라..
저도 처음엔 그냥 아이가 사라지는 사건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근데 11살짜리 두 아이가 갓난아기를 숨지게 했다는 사건이 출발점이라는 걸 알고나서는 아니, 애들이 대체 어떤 상황이었길래 싶어서 끊지를 못했어요. 영화 은 화려한 액션 없이 사람의 심리만으로 끝까지 붙잡아두는 영화입니다.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심리 스릴러의 핵심 — 누가 거짓말하는가영화의 구조 자체가 신뢰할 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 즉 관객이 어느 인물의 진술도 완전히 믿을 수 없도록 설계된 서사 방식에 기반합니다. 여기서 신뢰할 수 없는 화자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숨겨서 관객이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를 말합니다...
액션 영화라고 해서 틀었는데 처음 20분 동안 주인공이 싸움 한 번 안 하더라고요. 저도 솔직히 언제 시작하나 기다렸습니다. 근데 다 보고 나니까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핵심이었어요. 해병대 특수교관 출신 테리가 부패 경찰 조직에 맞서 사촌을 구하려는 이야기인데, 단순 주먹질 영화를 기대했다면 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처럼요.참을인자 — 열 받아도 말로 먼저 가는 주인공영화 초반, 테리는 갱단 사건의 증인으로 위험에 처한 사촌 마이크를 구하기 위해 법원과 경찰서를 오가며 보석을 신청합니다. 여기서 저는 처음에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어요. 경찰들이 보석금을 가로채고 이송을 막아서는 장면에서, 저였으면 이미 폭발했을 것 같은데 테리는 계속 서류를 내밀고 말로 해결하려 합니다.보석(Bail)이란 피의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노 웨이 홈이 끝나고 피터 파커가 혼자 남는 장면을 봤을 때부터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거든요. 근데 막상 보고 나니, 피터가 그냥 외로운 게 아니라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그 지점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이 좀 복잡했습니다. 짠하면서도, 이게 맞는 방향인가 싶으면서도, 결국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4년의 고립이 만들어낸 거미화제가 직접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싸우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창고 문에 거미줄이 가득 쳐 있는 그 방이었어요. 피터가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 그 공간으로 들어간 거잖아요. 그게 되게 작은 디테일인데 묘하게 오래 남더라고요.영화는 노 웨이 홈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을 꽤 밀도 있게 설명합니다. MJ도 ..
공포 영화라고 하면 보통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이나 큰 소리로 관객을 놀래키는 방식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런 줄 알고 영화 '세이레'를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무서운 장면이 기억나는 게 아니라 조용한 복도, 썩어가는 사과, 그리고 주인공이 내린 선택 하나하나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예상한 것과 꽤 달랐습니다. 장례식장과 신생아 사이, 줄거리의 발단갓 태어난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장례식장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저는 사실 이런 민간 금기를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고 주인공 우진이 전 여자친구 세영의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손에 땀이 났습니다.줄거리는 단순하게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