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작전 시퀀스에서 적 활주로 타격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4분 남짓입니다. 저는 그 4분 동안 자기도 모르게 시계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시간 압박을 이렇게 몸으로 느낀 건 꽤 오랜만이었습니다. 작전 긴장감 — 4분짜리 시간 압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탑건 매버릭의 클라이맥스 작전은 SAM(지대공 미사일) 위협 경고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SAM이란 Surface-to-Air Missile의 약자로, 지상에서 발사해 공중의 항공기를 격추하는 유도 미사일 체계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전투기가 가장 두려워하는 지상 위협입니다. 대거 부대는 이 위협을 뚫고 레이더망이 없는 저고도로 목표 지점까지 이동해야 합니다.영화는 여기에 토마호크 미사일 타이밍이라는 변수를 하나 더 겹쳐놓습니다.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좀비 영화를 보러 갔다가 정작 머릿속에 남은 건 감염자가 아니라 멀쩡한 인간이었으니까요. 영화가 끝나고 제일 먼저 떠오른 이름이 지미 크리스탈이었을 때, 이 영화가 뭔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켈슨과 삼손의 이야기는 그 안에서 또 전혀 다른 층위를 만들어 냈고요. 지미 크리스탈,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이유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건 감염자가 뛰어오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지미 크리스탈과 그 무리가 누군가를 잡아놓고 웃고 떠드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미쳐 날뛰는 게 아니었습니다. 말을 많이 했고, 자기 나름의 믿음이 있었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방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싫었습니다. 그냥..
솔직히 저는 14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가 그냥 예전 공식을 우려먹는 데 그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은 시리즈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혈연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저주라는 새 설정을 얹어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냈습니다. 잔인한 건 여전하지만, 보는 내내 긴장했다가 웃고 또 찡그리는 게 반복됐습니다. 이게 이 시리즈를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인 것 같습니다. 오프닝 시퀀스,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장르에서 오프닝은 빠르게 사고를 터뜨리고 본론으로 넘어가는 용도로 쓰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블러드라인의 고층 타워 오프닝은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처음부터 사고가 터지는 게 아니라..
새벽 2시 17분, 초등학교 아이 17명이 동시에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한 명도 아니고 같은 반 아이들이 거의 전부. 그리고 아무도 어디 갔는지 모른다. 영화 '웨폰(Weapon)'을 틀자마자 저는 이 장면 하나에 완전히 걸려들었습니다. 줄리아 가너 때문에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멈추지 못한 건 전혀 다른 이유였습니다. 초반 설정이 만들어낸 흡입력, 그리고 그 무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포 영화라고 해서 귀신이 튀어나오거나 피가 나오는 장면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의 공포는 훨씬 조용한 방식으로 시작됐습니다. CCTV 화면 속에서 아이들이 팔을 벌린 채 어둠 속으로 뛰어가는 장면. 저는 그 자세가 단순히 뛰는 게 아니라 뭔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보여서, 나중에 반드시 이유가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뱀파이어 영화라고 알고 들어갔는데 한참을 봐도 뱀파이어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신작 은 공포영화인지, 음악영화인지, 시대극인지 한 마디로 설명이 안 되는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를 직접 보고 난 뒤에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뱀파이어는 언제 나와? — 초반 30분의 함정 제가 처음 이 영화를 켰을 때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뱀파이어 나온다던데 왜 아직도 안 나오지?" 스모크와 스택 형제가 시카고 갱단을 배신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밀주와 무기를 챙겨 선술집, 이른바 주크 조인트(Jook Joint)를 차리는 과정이 꽤 길게 이어집니다. 여기서 주크 조인트란 20세기 초 미국 남부 흑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
바다가 하룻밤 사이에 통째로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2024년 개봉한 재난 스릴러 영화 '서바이브(Survive)'는 바로 그 설정 하나로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트 위에서 생일 파티를 하다가 다음 날 아침 배 아래가 그냥 땅이 돼버린 장면은, 흔하게 봐온 재난영화의 도입부가 아니었거든요. 바다가 사라졌다 — 이 설정, 처음엔 진짜 괜찮았습니다 영화는 가족이 요트 위에서 아들 벤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끊기고, 하늘에서 뭔가 추락하더니 다음 날 아침 바닷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습니다. 배는 그대로 메마른 땅 위에 얹혀 있고요.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이 현상을 자기극 역전(Geomagnetic Reversal)으로 설명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