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17분, 초등학교 아이 17명이 동시에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한 명도 아니고 같은 반 아이들이 거의 전부. 그리고 아무도 어디 갔는지 모른다. 영화 '웨폰(Weapon)'을 틀자마자 저는 이 장면 하나에 완전히 걸려들었습니다. 줄리아 가너 때문에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멈추지 못한 건 전혀 다른 이유였습니다. 초반 설정이 만들어낸 흡입력, 그리고 그 무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포 영화라고 해서 귀신이 튀어나오거나 피가 나오는 장면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의 공포는 훨씬 조용한 방식으로 시작됐습니다. CCTV 화면 속에서 아이들이 팔을 벌린 채 어둠 속으로 뛰어가는 장면. 저는 그 자세가 단순히 뛰는 게 아니라 뭔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보여서, 나중에 반드시 이유가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뱀파이어 영화라고 알고 들어갔는데 한참을 봐도 뱀파이어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신작 은 공포영화인지, 음악영화인지, 시대극인지 한 마디로 설명이 안 되는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를 직접 보고 난 뒤에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뱀파이어는 언제 나와? — 초반 30분의 함정 제가 처음 이 영화를 켰을 때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뱀파이어 나온다던데 왜 아직도 안 나오지?" 스모크와 스택 형제가 시카고 갱단을 배신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밀주와 무기를 챙겨 선술집, 이른바 주크 조인트(Jook Joint)를 차리는 과정이 꽤 길게 이어집니다. 여기서 주크 조인트란 20세기 초 미국 남부 흑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
판사까지 매수된 법정에서 피해자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장면, 실화가 아니라 영화입니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저도 모르게 리모컨을 내려놨습니다. 분명 영화인 걸 알면서도 괜히 화가 났거든요. 제니퍼 가너 주연의 는 그 답답함을 5년치 복수로 돌려주는 영화입니다. 사법 불신이 불을 지피는 방식영화는 처음부터 선악 구도를 숨기지 않습니다. 가르시아라는 조직 보스, 배신한 친구, 매수된 판사까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 관객이 처음부터 다 압니다. 그래서 뻔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제가 처음에 이 영화를 켰을 때도 그냥 또 복수극이겠구나 싶었거든요.그런데 생각이 바뀐 건 법정 장면부터였습니다. 주인공 라일리는 남편과 딸을 잃고 범인의 얼굴까지 기억하는 상태인데, 조직의 변호사는 라..
솔직히 처음엔 이 영화를 단순한 환경 고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연가스 회사가 나쁘고, 주민들이 피해자고, 결국 환경이 이긴다는 공식이 그대로 나올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근데 스티브 버틀러라는 인물을 따라가다 보니 제가 예상했던 공식이 계속 어긋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래서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스티브 버틀러, 나쁜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제가 직접 봤는데, 스티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옳다고 믿고 움직입니다. 그냥 회사 지시 따르는 영업사원이 아니라, 진짜로 돈이 이 마을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자기 고향 아이오와주 엘드리지도 캐터필러 공장 하나가 문 닫으면서 경제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는 걸 직접 목격했으니까요.그래서 스티브가 ..
한소희와 전종서, 둘 다 강한 인상을 가진 배우가 한 작품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화제였습니다. 제가 처음 이 조합을 봤을 때 솔직히 '너무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근데 막상 보고 나니 그 판단이 틀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배우 케미부터 줄거리 구조, 그리고 결말까지 제 시선으로 직접 짚어보겠습니다.배우 케미 — 비슷할 것 같았는데 달랐다한소희는 유흥업소의 에이스 '화육'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예슬 역을, 전종서는 배달 일을 하며 버텨가는 도경 역을 맡았습니다. 둘 다 삶의 바닥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예슬은 낮에는 꽃집 직원으로 위장하며 이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중생활'이란 단순히 직업을 숨기는 게 아니라..
저도 처음엔 그냥 아이가 사라지는 사건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근데 11살짜리 두 아이가 갓난아기를 숨지게 했다는 사건이 출발점이라는 걸 알고나서는 아니, 애들이 대체 어떤 상황이었길래 싶어서 끊지를 못했어요. 영화 은 화려한 액션 없이 사람의 심리만으로 끝까지 붙잡아두는 영화입니다.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심리 스릴러의 핵심 — 누가 거짓말하는가영화의 구조 자체가 신뢰할 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 즉 관객이 어느 인물의 진술도 완전히 믿을 수 없도록 설계된 서사 방식에 기반합니다. 여기서 신뢰할 수 없는 화자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숨겨서 관객이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를 말합니다...